캡스전을 다운 받아서 본 후기입니다.
빌럽스의 데뷔전이었던 댈러스전을 제외하고 멤피스전, 샬럿전 두 게임에서 덴버의 평균 실점이 85점이었는데 이 경기에서 덴버는 무려 110점을 실점합니다.
전 보다 나아졌다고는 하나 덴버 수비의 약점 중의 하나가 무리한 헬핑 즉, 헬핑을 들어가야 할 때와 말아야 할 때를 잘 구분하지 못한다는 것인데 캡스의 르브론을 상대로 이 약점이 상당히 부각됩니다.
전술적으로 팀에 녹아들어 있는 르브론의 돌파에 우왕좌왕하면서 상대에게 오픈찬스를 많이 주었고 캡스의 이 날 슛 컨디션이 상당히 좋았기에 대량실점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덴버도 속공과 오펜리바에 이은 세컨찬스에 의한 득점으로 맞불을 놓지만 결국 에이스 대결에서 멜로가 르브론에게 무릎을 꿇고 빅트레이드 이 후 첫 패를 맛 보게 됩니다.
어떤 팀도 괴물 같은 르브론을 깔끔하게 잘 막는 팀은 없습니다. 차라리 르브론에게 줄 건 주고 그로부터 파생되는 다른 옵션들을 철저히 막았다면 캡스의 흐름을 흐트릴 수 있지 않았을까 싶은 데요. 물론 결과론적인 말일 뿐이고 이 방법도 위험부담이 상당하지만 캡스라는 팀의 공격이 르브론을 중심으로 짜여져 있고 르브론이 캡스 공격의 출발점이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나름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무튼 패했지만 선수들을 탓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캡스를 상대로 박빙의 경기를 보여줬고 딱히 선수들이 삽질하진 않았거든요. 멜로 빼구요 --;;

지금 덴버의 에이스는 멜로입니다. 에이스는 단순히 그 팀에서 농구를 제일 잘 하는 선수가 아니라 팀의 자존심이기도 합니다. 에이스가 상대 에이스에게 당하면서 흔들리고 정신 못차리면 팀 자체가 흔들리고 선수들은 정신적인 데미지를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르브론과 멜로는 팀의 에이스이자 주득점원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고 드래프트 동기이자 라이벌이라는 관계로 비교가 많이 되지만 근본적으로 다른 스타일의 선수들이고 팀의 구성이나 전술 자체도 많이 다릅니다.
리그 탑급의 피지컬과 스피드, 균형감각을 소유한 르브론은 그 자체가 괴물입니다. 기브앤고 하나만으로도 위력적인 선수이고 드리블까지 좋기 때문에 더블팀, 트리플팀을 자유자재로 유발시킬 능력이 있는 선수입니다. 유발된 더블팀, 트리플팀은 다양한 옵션을 창출해낼 여지가 많기 때문에 캡스는 르브론을 중심으로 팀을 맞췄습니다.
전술적으로 보면 르브론은 주로 아이솔레이션이나 픽을 타고 움직이면서 마치 자석처럼 상대 수비를 끌어들입니다. 트랩에 갇히는 것과는 다르게 스스로 더블팀을 유발하기 때문에 턴오버는 적고 넓은 시야로 빈 곳에 패스를 찔러 넣습니다. 다른 선수들은 르브론의 움직임에 따라 끊임없이 움직이며 르브론이 패스를 하는 타이밍에는 어김없이 탑과 위크사이드에 정확하게 서 있습니다. 르브론 자체도 스크린을 잘 이용하고 픽앤롤도 즐기면서 팀원들을 잘 이용하는 모습입니다. 마치 르브론이라는 선수의 능력이 캡스라는 팀의 능력이 되는 것 같은 느낌으로 매우 잘 짜여진 모습입니다.
반면에 덴버는 리그 탑의 리딩을 갖춘 빌럽스가 있기 때문에 팀을 멜로에만 맞추는 것은 낭비이고 멜로는 르브론에 비하면 신체적인 모든 요소들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며 르브론 만큼의 시야도 갖고 있지 못 합니다. 한 마디로 멜로는 르브론 같은 괴물은 절대 아니고 팀을 자신에게 맞추는 것이 르브론 만큼 효율적이지 못 합니다. 대신 멜로는 주공격옵션이 안정적이라는 장점이 있습니다. 데뷔 때부터 좋았던 점퍼가 있고 파포에 가까운 덩치로 포스트업도 가능하고 골밑근처에서의 잽스텝에 의한 돌파도 굉장히 위력적입니다. 이런 멜로의 확률 높은 공격옵션들은 팀에 안정적인 득점을 제공하므로 멜로가 꼭 르브론처럼 덴버 공격의 알파이자 오메가가 될 필요는 없습니다. 팀의 중심은 팀의 공수를 조율하고 게임을 조립해 줄 탑포인트가드 빌럽스가 돼야 하고 멜로는 팀에 녹아들어야 합니다.
그런데 멜로는 여전히 빅트레이드 이 전의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공이 돌다가 멜로에게 가면 공은 정지되고 다른 선수들의 스크린을 물리치면서 아이솔레이션을 우선적으로 시도합니다. 멜로의 아이솔레이션은 르브론의 것과는 다르게 다른 선수들의 움직임과 결합되지 않는 전술이고 또한 멜로의 동선 자체가 문제가 있습니다. 르브론은 탑이나 45도에서 시작해서 엔드라인 쪽 보다는 탑 부근으로의 돌파로 더블팀을 유발하고 빈 곳으로 패스가 나가는 경우가 많지만 멜로의 아이솔레이션은 주로 45도에서 시작해서 엔드라인 쪽으로 향하고 골밑헬핑에 의해서 갇힌 후에 턴오버를 남발하거나 터프샷을 날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몇 번의 턴오버와 터프샷을 날리면서 자신의 공격리듬을 잃은 후에는 점퍼도 들어가지 않고 이 또한 르브론 같은 수비수 앞에서는 시도도 못하게 됩니다. 그럼 남은 건 3점이고 슛은 더더욱 들어가지 않게 되고 공격리듬은 찾기 힘든 상황이 오고 맙니다. 캡스전에서는 라이벌에게 당한 굴욕감이 더해졌는지 완전히 무너지는 모습이었습니다.
르브론의 아이솔레이션은 애초에 자신이 꼭 해결한다기 보다는 더블팀을 유발시키면서 공격의 실마리를 찾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멜로가 여기에 전혀 전술적으로 고려되지 않은 팀의 전술에 역행하는 아이솔레이션으로 맞불을 놓는 다는 것 자체가 팀의 공격흐름을 죽이는 길이고 이미 멜로의 이런 움직임을 예상하고 대비하고 있을 캡스를 생각하면 멜로의 어리석음이 얼마나 컸는지 알 수 있습니다.
슬램덩크에 ‘신현철은 신현철, 채치수는 채치수다’라는 말이 나옵니다. 르브론은 르브론, 멜로는 멜로입니다. 멜로에겐 르브론과 다른 장점과 공격루트가 있습니다.서태웅과 윤대협의 쇼다운을 굳이 르브론과 함께 보여줄 필요는 없습니다. 멜로는 코비도 아니고 르브론도 아니니까요.
진짜 문제는 앞에서 언급했듯이 멜로가 르브론과의 대결 때문에 고집을 부린게 아니라 항상 그렇다는 점입니다. 셋오펜스에서 아이솔레이션 말고는 거의 시도가 없습니다. 빈 곳에 킬패스를 넣어줄 빌럽스라는 좋은 포가가 있고 자신에게 픽을 걸어줄 빅맨들도 있습니다. 또한 자신이 빼주었을 때 메이드시켜줄 동료들이 있습니다. 멜로는 주위를 돌아봐야 합니다.
우리의 에이스 멜로는 잘 해낼 거라 믿고 있습니다. ^^
그리고 경기를 계속 보다 보니 JR이 의외로 픽을 잘 이용합니다. 완전 나홀로 플레이인줄 알았는데 동료를 잘 이용하는 모습을 보니 믿음이 가네요. 볼이 JR에게 가면 다시는 나오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벤치에이스로 활약하는 지금은 괜찮아 보입니다. 벤치에서 나와 휘저어 주면서 경기에 의외성을 줄 선수는 꼭 필요하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