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장 세 권에 달하는... 1100페이지가 넘는 긴 여정을 끝냈습니다.
상당히 지루했던 '바우돌리노'에 비해 '푸코의 진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재미있게 봤습니다만 기대했던 결말에서 허탈함이 조수처럼 밀려오더군요 --;
주인공들이 만들어 내는 음모론(책에서는 '계획'이라 지칭)을 포함해서 '푸코의 진자'에 등장하는 온갖 음모론과 이 허탈한 결말은 완전한 대비를 이룹니다.
이 대비는 그럴듯해 보이는 음모론들이 얼마나 쓸모없고, 허망한 것인지를 보여주면서 동시에 책을 읽으면서 등장인물들과 함께 음모론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는 독자들을 멋지게 비웃고 있습니다.
독자를 상당히 민망하게 만드는 책이라고 할까요 ;;
독자에게 장난을 걸고 비웃는 게 에코의 매력이기도 하니...;;
아무튼 이번에도 에코는 우리에게 광적인 집착을 경계하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장미의 이름'도 그랬고 '바우돌리노'도 그랬으니 제가 읽은 에코의 소설은 모두 같은 곳으로 귀결되고 있네요.
듣기로는 에코는 5만권의 책을 가지고 있다고 들었는데 책과 독서에 광적으로 집착하지 않으면 과연 저 장서수가 설명이 될 수 있을런지... 먼저 모범을 보이란 말이에요 쿨럭
아직 읽지 못한 에코의 소설이 두 권(로아나 여왕의 신비한 불꽃, 전날의 섬) 더 있지만 에코의 작품을 세 권이나 연달아 보면서 서양철학 속에서 허우적거리다 보니 왠지 동양의 것이 무지 땡기네요.
그래서 이번엔 박상륭님의 '죽음의 한 연구'를 읽어 보려고 합니다.
